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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희랍(그리스) 식민지에 있어서의 철학 1. 역사와 전통, 2. 밀레토스 학파(1)

1. 역사와 전통

 

 희랍 식민지에 있어서의 철학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앞으로 우리가 고찰하게 될 그 뒤의 어느 시대의 것과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 뒤의 모든 시대로 말하면, 가장 중요한 사상과 원리를 주장한 저술들이 완전한 모습대로, 혹은 그 대부분이 현존하고 있다. 그러나 희랍 식민지에 있어서의 철학의 발달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전해 내려오는 학설에 의하여 몹시 제한을 받고 있다. 우리는 10, 20명의 철학자들과 그들 각자가 탄생한 도시의 이름과 그들이 생존하고 활약했다고 믿어지는 연대를 들 수가 있다. 그러나 그 확실시되는 연대라는 것도 전적으로 신빙할 만한 것은 못된다. 사실에 있어 그것들에 대한 증거가 때로는 정확하게 결론지을 수 없을 만큼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피타고라스라는 인물에 대해서조차도, 비록 피타고라스 학도들은 그의 사실성을 신봉하였고 또 그것이 아마도 정당하겠지만, 그를 역사적 인물로서 보다 오히려 전설적 인물로 여겨 온 사람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식민지 시대의 희랍 철학에 대한 지식을 얻는 원천은 주로 후세의 철학자들이나 저술가들의 문헌 속에 인용되어 있는 단편들이다. 플라톤은 자기 이전의 많은 철학자들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도 초기 철학자들의 사상 중 어떤 방면에 관한 유익한 개요를 서술하여 놓았으며, 또 더욱 후대의 다른 저술가들은 한층 더 많은 지식을 전하여 주었다. 그러나 이들 중의 아무도 희랍 식민지에 있어서의 철학의 역사를 본래의 모습대로 확립하기에 충분한 자료 내지 신빙할 만한 자료를 제공하여 준 사람은 없다. 그들이 의도한 바는 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의심 스러운 것이었다. 그들은 흔히 자신들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하여 식민지의 사상가들을 인용하였으며, 또 문맥을 벗어나거나 혹은 그릇된 새 관점에서 그들을 인용함으로써 식민지 사상가들의 본래의 의도를 변모시킨 일도 아마 없지 않을 것이다. 인용된 문장이 긴 구절인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짧은 경우가 더 많으며, 이 문장들은 흔히 아리송한 성질을 띤 것이 많다. 그러나 이들 단편적인 것들이 식민지 사상가들의 사상을 충분히 바ㅏㄴ영시키든지 않든지 간에, 그것들이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B.C. 6세기 내지 5세기에 희랍 식민지에서 발달된 철학 사상에 관한 일정한 전통을 이룩하여 놓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니만큼 이 전ㅌㅇ이란, 식민지의 희랍인들이 그들의 후계자들에 대해서 어떠한 의의를 가졌던가 하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을 우리에 대해서 어떤 의의를 갖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오직 그러한 종류의 전통으로서만 이 희랍 식민지의 철할을 다룰 수 있을 뿐이다. 

 

2. 밀레토스 학파(1)

 탈레스는 물이 만물의 원리라고 주장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 사상은 간혹 물을 만물의 형성 질료로 본 것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아마도 이 사상이 의미한 것은 오히려 물이라는 것이 자연계의 모든 중요한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불가결의 요건이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탈레스는 만물의 씨앗과 만물을 육성하는 양분이 젖어 있음을 지적하였던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에 관해서 말한 단편적인 의미가 어떠하든지 간에 탈레스의 중요한 점은 그가 분명히 이 세계를 신이나 초자연적 힘의 활동에 의해서 설명하려고 한 이전 사람들의 노력(예컨데 시인 헤시오도스의 노력과 같은)으로부터 방향을 돌리려고 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이른바 자연주의 세계관을 세움으로써 역사상의 뚜렷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즉 자연의 과정을 해명할 수 있는 뚜렷한 요인을 자연 자체 속에서 찾아내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의 비범함은 다음과 같은 서술 속에 잘 요약되어 있다.

 "그는 대중의 훌륭한 지도자로서, 다른 국민들 같으면 사람을 희생으로 바치거나 혹은 성자연하는 간사한 자의 애매하고 위험한 조언을 빌렸음직한 위급한 때에도, 언제나 시민들의 상담역이 된 사람이다."

 아낙시만드로스는 대담하고 상상적인 사색을 한 사람으로 이름이 높다. 우리에게 전해이족 있는 한의 그는 최초의 완전한 자연주의 우주론을 세운 사람이다. 그가 그린 우주론의 구상은 자못 주목할 만하다. 흙, 공기, 불, 물 등은 당시의 희랍인들이 보통 생각하였듯이 궁극적인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들은 모두 더 궁극적인 실체가 여러가지로 변화해 가는 가운데 나타나는 모습들이라는 것이다. 이 궁극적 실체는, 그것의 변화를 통하여 다양한 것들이 생격나는 것이기 때문에, 무한정자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이다. 흙과 공기와 불과 물은 이 무한정자가 각각 마르고 차고 덥고 젖은 모습을 띠고 나타난 형태의 것들이다. 그러나 이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들은 어느 것도 결코 우주 안에서 지배적인 구실을 담당하지는 못한다. 4대 기본 요소의 개개는 여러 모로 다른 것들을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상호간의 침해는 균형의 원리에 따라서 조절되기 때문에, 모든 사물은 "자신들의 부정에 대하여 서로 응분의 보상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세계의 상태는 어느 것도 결코 고정되어 있거나 종국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상태의 세계들이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특정한 세계도 물론 그 중의 하나에 불과한 무수한 세계들이) 이제까지 하나하나 뒤를 이어 생겨 왔고, 또 앞으로도 연이은 생멸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무수한 세계 중에서 우리가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기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의 세계 뿐이다.

 

 

서양 철학사 스털링 P.램프레히트 지음 을유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