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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희랍 식민지에 있어서의 철학 2. 밀레토스 학파(2)

2. 밀레토스 학파(2)

 

 

아낙시만드로스에 의하면, 지구는 원통과 같은 형상을 띠고 있으며, 무게의 순서에 따라 물과 공기와 불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둘러싸고 있는 불은 많은 물을 증발시켰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하여 생긴 안개는 불을 감싸고, 그것을 거대한 바퀴 속에 밀폐해 버렸다. 원통형의 지국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바퀴는 셋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더라도,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불을 그다지 많이 볼 수는 없다. 우리에게 보이는 불은 다만 안개의 바퀴들 속에 있는 구멍을 통해서 발산되는 불의 조각들에 지나지 않는다. 별들은 지구에서 가장 가갑고 작은 바퀴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불꽃들이며, 달은 중간에 있는 바퀴로부터 새어 나오는 불꽃이다. 그리고 태양은 가장 큰 셋째번의 바퀴로부터 새어 나오는 둥그런 불덩어리이다. 일식이나 월식은 그 바퀴들 속에 있는 구멍이 일시적으로 막힘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우주의 정교한 모든 구조는 수학적인 균형을 나타내고 있다. 예컨데 원통형인 지구의 높이는 그것의 넓이의 3분의 1이며, 달의 무게와 태양의 무게는 각각 지구의 무게의 18배와 27배라고 한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이와 같이 대담하게 우주론을 구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생물의 기원에 관하여서도 의견을 제시하였다. 최초의 생명체는 바다 속에 나타났다. 그리고 물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불에 의해 증발된에 따라 육지가 바다의 표현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일부 동물들은 육지 위로 밀어 올려졌다. 이들 동물의 대부분은 아마 그 즉시로 멸망하였을 것이지만, 어떤 것들은 요행히 살아 남아 새로운 종족의 생물체를 이룩하였다. 인간도 이전부터 살오 있던 다른 종족에서 내려온 동물들 중의 하나라는 것은, 유아 시절의 인간이 무력하기 작이 없고 그가 또 긴 포유기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의해서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아낙시메네스는 아낙시만드로스의 무한정자의 설을 물리치고, 현존 세계의 고정된 물질들 가운데에서 궁극적 요소를 찾아내려고 하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는 궁극적 요소를 찾아내려고 하였다. 다른 만물은 공기의 농후화와 희박화의 과정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규정지었다. 즉 공기가 농후해지면 그것은 바람으로, 그 다음엔 구름으로, 그 다음엔 물로, 그리고 마침내는 땅으로 화하며, 또 암석으로도 화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희박해지면 그것은 불로 화한다. 그리고 공기는 비단 궁극적인 질료일 뿐만 아니라, 이 세계의 통일을 유지하고 있는 궁극적인 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생명은 숨에 의존하고 있거니와, 이 숨이란 바로 공기인 것이다. 만물이 각각 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공기 때문이다. 지구는 평평한 원반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하늘은 모자와 같이 이 지구를 싸고 있다. 태양과 달과 그 밖의 천체들은 희박해진 공기의 조각들이며, 바로 이 희박해진 상태로 말미암아 불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천체들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고 있으며, 공기에 의해서 각기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크세노파네스는 우주론적 학설을 창도했거나, 또는 그전 사람들이 구상한 학설들 중의 어느 하나를 채택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보다 앞선 밀레토스 학파의 자연주의적 설명 방식을 받아들여, 우주를 그러한 식으로 보는 데서 오는 어떤 결론을 주장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 같다. 그는 많은 희랍인들이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나 그 밖의 이와 같은 지도자들의 형향 밑에, 신봉하던 종교적 사상이나 신앙을 공격하는 무기로서 이 자연주의적 설명 방식을 이용하였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는 비록 정확한 세계의 원래 모습이나 현재 모습을 알 수 없을는지 모르나, 진리가 어떠한 것이든 반드시 밀레토스 학파의 자연주의적, 비신학적 이론 측에 있음이 분명하다고 한다. 신에 대한 종래의 통속적 관념들은 부도덕한 것이었으며, 민중들 사이에 저속한 윤리관을 부식하였다. 더구나 이러한 통속적 관념들은 지적으로 가소로운 것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신들도 탄생한 것이며, 인간에 가까운 형상을 지니고 있고, 사람처럼 활동한다고 여겼다. 크세노파네스에 의하면 이 의인적 신관은 터무니없는 잘못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신들이 들창코에다 검은 빛깔을 지니고 있다고 믿으며, 트라키아 사람들은 그들이 푸른 눈과 붉은 머리털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소나 말이나 사자들이 그림을 그리고 말을 할 줄 안다면 신을 각각 자기들의 모습대로 표현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에 있어 아무도 신의 참모습을 안 사람은 없었고, 또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기회에 어떤 사람이 신의 참모습을 논하다 하더라도, 그는 자기가 말한 것을 믿을 만한 아무런 확실한 이유도 갖지 못할 것이다. 크세노파네스에게는 일신교적 견해를 시사하는 듯한 약간의 단편들이 있었던 것같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단편들은 다른 단편들과 서로 어긋나는 점이 있으며 애매하기 그지없다. 이 애매한 단편들이 진정으로 크세노파네스의 것이라면, 그리고 정당하게 신이라고 불리워질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우주 자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최후의 추측은 역사적으로는 아주 불확실한 것이다. 그러나 크세노파네스가 통속적인 종교적 신념을 부도덕하고 터무니없는 것이라 하여 공격한 것만은 분명하다.

 

탈레스(640~550 B. C.)

밀레토스 출신, '고대 희랍의 7현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그에 관하여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하다가 우물에 빠져, 하녀에 의해 구출되었다고도 한다. 일식을 예언하기도 하고, 밀레토스 시민들에게 정치적, 군사적인 현명한 충고를 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가 어느 해 올리브 풍년이 들 것을 예측하고는 재빠르게 전시내에 있는 모든 기름틀을 세내어 막대한 치부를 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 끝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말을 덧붙이고 있다. "이리하여 철학자는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있다. 그러나 보통 철학자의 마음은 더 높은 것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 철학사 스털링 P.램프레히트 지음 을유문화사